
「직원이 잘못한 게 분명한데, 해고하면 안 되나요?」 사장님들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반대로 해고를 통보받은 분들은 「내 잘못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다퉈 봐야 소용없겠지」 하고 대응을 접으십니다.
두 생각은 같은 오해에서 나옵니다. 징계사유가 있다는 것과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노동위원회는 잘못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그 잘못에 해고라는 처분이 맞는지를 따로 봅니다. 뒤의 질문을 징계양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양정을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잘못이 인정됐는데도 해고가 부당하다고 나온 판정례, 그리고 회사와 근로자가 각자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노동위원회 사건을 대리해 온 경험에 비추어 정리합니다.
Q. 징계사유가 있으면 회사가 바로 해고할 수 있나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어긴 직원에게 회사는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 같은 징계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을 고를지는 회사 재량이지만, 아무 제한 없이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는 근로관계를 끝내는 가장 무거운 처분입니다. 그래서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해야 해고가 정당하다고 봅니다. 감봉이나 정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잘못에 곧바로 해고를 고르면 재량권 남용이 됩니다.
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사업 성격,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업무, 비위의 내용과 동기, 회사에 미친 영향, 과거 근무태도를 종합합니다. 아래 표가 실무에서 양쪽으로 갈리는 지점입니다.
| 보는 것 | 해고 쪽으로 기우는 사정 | 해고가 무겁다고 볼 사정 |
|---|---|---|
| 내용과 고의성 | 허위자료를 직접 만들어 개인 이익을 챙김 | 단순 착오, 담당자 안내대로 처리, 관행으로 승인된 방식 |
| 반복성 | 위반인 줄 알면서 오래 반복 | 일회성, 회사가 그 방식을 오래 승인해 옴 |
| 회사 손해 | 손해가 크고 회복되지 않음 | 손해가 작고 바로 반환, 재발 가능성 낮음 |
| 직책과 업무 | 자금·회계·감사·인사 담당 | 문제 행위가 본래 업무와 직접 관련 없음 |
| 근무 이력 | 같은 문제로 여러 번 경고·징계 | 오래 성실히 근무, 징계 전력 없음 |
| 형평성 | 가담 정도가 다른 직원보다 무거움 | 비슷한 일을 한 동료는 경징계에 그침 |
Q. 횡령이나 배임이라면 해고가 당연한가요?
횡령, 배임, 사기처럼 회사 재산에 손해를 끼치거나 개인 이익을 챙긴 행위는 해고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사유가 맞습니다. 근로관계의 바탕인 신뢰를 정면으로 깨기 때문입니다. 고의가 자료로 분명히 확인되면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징계의결서에 「횡령」이라고 적었다고 해서 그 행위의 법적 성격과 징계 수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의와 이익 취득 목적이 있었는지, 손해가 얼마인지를 자료로 따로 확인합니다.
일부가 인정되더라도 가담 정도, 반복 여부, 손해액, 직책, 피해 회복 여부, 다른 직원과의 형평에 따라 맞는 징계는 달라집니다. 이름이 무거운 사유일수록 입증의 무게도 함께 커집니다.
Q. 잘못이 인정됐는데도 부당해고로 나온 사례가 있나요?
약 25년간 학교운동부 지도자로 일한 근로자의 사건입니다. 학교는 학교회계 밖에서 학부모 부담경비를 걷고 쓰는 것을 방조·묵인했고, 학부모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았으며, 훈련과 복무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해고했습니다. 초심 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심은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경비 운영 묵인, 입학 예정 선수의 훈련 참가 묵인, 훈련장 취침 같은 일부 행위는 징계사유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금품수수는 시기와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고 형사 고발도 혐의없음으로 끝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 사용 주장도 자료가 모자랐습니다.
그리고 25년 장기근속, 징계 전력 없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관련자 가운데 이 근로자에게만 해고를 한 점, 학교의 관리·감독 소홀도 사건에 영향을 준 점을 모아 해고는 지나치게 무거운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징계재량권 남용으로 부당해고라는 결론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사유를 여럿 붙였지만 가장 무거운 사유가 입증되지 못하자, 남은 사유만으로는 해고를 지탱하지 못했습니다. 사유를 많이 적는 것보다 하나하나를 자료로 받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사유가 충분해도 절차를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위원회 개최, 사전통지, 소명기회 부여가 정해져 있다면 그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사유가 실제로 있어도 절차를 건너뛰면 그 하자만으로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해고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습니다(제27조). 말이나 메신저로만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한 경우 사유를 따지기 전에 효력부터 문제가 됩니다. 별도로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하지 않았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줘야 합니다(제26조).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이 기준은 상시 5명 이상 사업장 이야기입니다.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에 따라 제23조 제1항, 제27조, 제28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해고예고(제26조)는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Q. 회사와 근로자는 각각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징계위원회 출석을 앞둔 근로자라면 경위서나 소명서를 내기 전에 사실관계와 대응 방향을 먼저 정리하십시오. 처음 낸 문서가 노동위원회까지 그대로 자료로 갑니다. 이미 해고됐다면 해고통지서만 보지 말고 취업규칙, 징계규정, 인사위원회 자료, 사실확인서, 업무지시와 대화 내용을 함께 모읍니다.
징계를 검토하는 회사라면 위의 표를 회사 쪽에서 채워 보십시오. 같은 일을 한 다른 직원의 처분 기록, 과거 경고 이력, 손해액 자료가 비어 있다면 해고보다 정직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인원을 줄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면 징계가 아니라 경영상 해고의 요건(제24조)을 따로 갖춰야 합니다. 징계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징계 사건과 정리해고 다툼이 한꺼번에 생깁니다. 구조조정 자문을 하다 보면 이 둘을 섞어 쓰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경위서에 잘못을 인정했는데 다툴 수 있나요?
다툴 수 있습니다. 사유가 있었는지와 해고가 맞는 처분인지는 따로 봅니다. 위 판정례에서도 반성한 점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습니다.
형사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끝나면 징계도 무효가 되나요?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징계와 형사 절차는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다만 위 사례처럼 그 사유가 입증됐는지를 판단할 때 무게 있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해고가 아니라 정직이나 감봉도 노동위원회에서 다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해고뿐 아니라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함께 묶어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고, 제28조 구제신청 대상도 같습니다.
회사가 해고 대신 사직서를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사직서를 내면 해고가 아니라 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서명하기 전에 해고로 다툴 사안인지부터 따져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입니다. 징계해고의 정당성은 사실관계와 자료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 사안은 따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