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직이니까 기간이 끝나면 그걸로 끝 아닌가요?」 계약직을 쓰는 회사도, 만료 통보를 받은 근로자도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원칙은 맞습니다.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은 기간이 끝나면 종료됩니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서는 계약만료가 부당해고로 뒤집히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계약기간이 실제로는 남아 있었거나, 2년을 넘겨 이미 무기계약이 됐거나,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가 생겨 있던 경우입니다.
오늘은 이 세 갈래를 판정례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나눠 보고, 매년 공개채용으로 다시 뽑는 방식이 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는지까지 정리합니다.
Q. 「계약이 끝났다」는 말만으로 근로관계가 끝나나요?
한 어린이집 담임교사 사건입니다. 근로자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했다고 했고, 원장은 그해 연말까지인 기간제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양쪽이 모두 서명한 최초 근로계약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장은 연말에 담당업무를 보조교사로 바꾸는 부속합의서를 쓰고, 새해 초 새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가 근로자가 응하지 않자 다음 날 출입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 초심은 해고가 아니라고 봤지만 재심은 뒤집었습니다. 만료됐다는 날 뒤에도 회사가 업무 변경 합의서와 새 계약서를 챙긴 것은 오히려 계약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근거였습니다.
재심은 어린이집 학년이 3월에 시작해 2월 말에 끝나는 점, 취업규칙이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계약하도록 한 점까지 보아 계약기간이 그 학년도 말까지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기간 중에 출근을 막은 것은 해고이고,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유를 볼 것 없이 부당해고라는 결론이었습니다.
Q. 갱신기대권은 어떤 경우에 인정되나요?
갱신기대권은 근로자가 혼자 「계속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계약서와 취업규칙의 내용, 채용 경위, 갱신 기준과 절차, 실제 갱신 관행, 맡은 업무를 종합해 일정 요건을 채우면 갱신된다는 신뢰가 형성됐는지를 봅니다.
1개월 단위로 계약한 아파트 경비원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계약서에는 기간만료 시 자동 종료가 원칙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근무평가와 건강상태를 보아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과, 평가 결과 부적격이면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함께 있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경비원들은 같은 계약으로 여러 차례 갱신돼 일하고 있었습니다.
초심은 기각했지만 재심은 1개월 계약에도 갱신기대권을 인정했습니다. 평가로 갱신을 정하는 구조가 계약에 있었고 실제 갱신 관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받은 계약만료 확인서 서명도 통보를 받았다는 확인일 뿐,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 구분 | 2년 초과 무기계약 간주 | 갱신기대권 |
|---|---|---|
| 근거 |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 계약서·취업규칙·갱신 관행 등 |
| 무엇을 세나 | 반복 갱신을 합친 계속근로 총기간 | 갱신을 기대할 객관적 근거 |
| 2년 안 됐을 때 | 해당 없음 | 인정될 수 있음 |
| 효과 | 만료를 이유로 종료할 수 없음 |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해고 |
| 회사가 할 일 | 예외사유 확인, 기간 합산 점검 | 갱신 기준·평가자료 갖추기 |
Q. 회사가 갱신을 거절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나요?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회사가 언제나 갱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는 회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경비원 사건에서 회사는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동료와 갈등을 빚고 지시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치는 구체적 자료가 없었고, 계약서가 정한 평가항목에 따른 근무평가 결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평가자의 주관이 중심이었고, 만료 통보 때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입주민 민원도 없었습니다.
결국 합리적 이유가 입증되지 않아 부당해고가 인정됐고, 근로자가 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원해 금전보상명령도 나왔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은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 지급을 명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Q. 매년 공개채용으로 다시 뽑으면 2년을 넘겨 써도 되나요?
기간제근로자를 반복 채용하는 기업과 기관에서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고용차별개선과-437)은 공백 없이 같은 사람이 다시 일하더라도 실질적인 신규채용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앞뒤 근무기간을 합치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도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합산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실질을 볼 때는 세 가지를 함께 봅니다. 만료 통보나 퇴직금·4대보험 정산으로 기존 관계가 유효하게 끝났는지, 기존 직원이 당연히 뽑히는 구조가 아니었는지, 공고·서류·면접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실제 경쟁으로 이뤄졌는지입니다. 퇴직금을 정산했다거나 면접을 봤다는 사실 하나로 단절이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기존 직원의 재채용이 사실상 예정돼 있었거나, 심사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퇴직 처리만 하고 업무와 근로조건이 그대로 이어졌거나, 매년 같은 방식으로 같은 사람을 다시 뽑아 왔다면 공개채용은 형식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그러면 기간을 합산하고, 2년을 넘었다면 무기계약으로 봅니다. 여기에 갱신기대권 문제는 따로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근로계약서에 「기간만료 시 자동 종료」라고 적혀 있으면 갱신기대권이 없나요?
그 문구만으로 부정되지 않습니다. 경비원 사건처럼 평가 후 연장 조항과 실제 갱신 관행이 함께 있으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만료 확인서에 서명했는데 다툴 수 있나요?
확인서 서명은 통보를 받았다는 확인으로 볼 수 있고, 곧바로 사직 의사로 보지는 않습니다. 문서 제목보다 서명 당시 무슨 말이 오갔는지가 중요합니다.
계약이 한두 번밖에 갱신되지 않았는데도 가능성이 있나요?
갱신 횟수가 적거나 근무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1개월 계약에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2년을 넘긴 직원에게 회사가 다시 기간제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요?
새로 쓴 계약서에 종료일이 적혀 있어도,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게 된 효과가 그 문구만으로 되돌아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서명 전에 계속근로기간부터 따져 보십시오.
구제신청 기간은 언제부터 세나요?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회사와 협의만 이어가다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날짜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입니다. 계약기간, 갱신 관행, 채용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개별 사안은 따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